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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14 쉽게 쓰여진 시
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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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는 그렇게 싫어했던 시들이
지금은 글귀가 되어 내 마음에 문득문득 떠오른다.
일제치하가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서
그냥 윤동주가 어떤 마음이었을까... 공감이 된다

쉽게 쓰여진 시
지금 나 삶이 너무 쉽게 쓰여지고 있다면
그것은 부끄러워 할 것이냐
아니면 감사해야 할 것인가?

쉽게 쓰여지고 있는 것인지
쉽게 쓰여지고 있다고 믿는 것인지
그 여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이렇게 흘러간다면
나중에 돌이켜보면
마음속의 앙금이 많이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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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4 21:42 2006/05/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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