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항상 빈자리를 채우려고 애쓴다.
누군가로 무엇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듯 하다.
특히나 이별 후라 그 빈자리가 커지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강하게 작용하는듯 하다.
빈자리로 인해 느끼게 되는 것은 고독이다.
나 혼자 이세상에 떨어진 존재라는 느낌
누군가, 무엇으로도 채움을 받지 못하는 그런 느낌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문득 고독이란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고독이 없어져야만 행복한 삶인 걸까?
무엇인가 하나로만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다면적인 삶인데 그런 여러 면을 다 채워 꼬깃꼬깃 넣어서 나를 완전히 다 채워야 하는 걸까?
그렇게 된다면 나는 고독을 느끼지 않을까?
나는 고독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빈자리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빈자리가 일종의 틈이자 여유이며 여지를 두는 것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완벽한 정보, 완벽한 삶, 완벽한 사랑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왠지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로보트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빈틈 없는 사람보다는 허술해 보이는 사람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사랑에 옭아 매인 사람들은 자유를 꿈꾸기도 할 것이고
매일매일 꽉 짜여진 스케쥴을 살다가 참지 못하고 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쇼를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빈자리가 없다는 것은 빈틈이 없다는 것이고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이다.
딱딱 잘 짜여져 있으면 편리하고 수월하며 일처리는 바로 바로 되고, 힘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뭔가 답답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없다.
나의 자유의지를 발휘해서 그것을 채워나갈 수도 없다.
비록 빈틈이 사람을 괴롭게 하고 노력을 요하며
밑도 끝도 없이 부어야 할지도 모르며
채워질 확증은 없더라도...
그건
사람으로 하여금 기쁨은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것 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 나가는 것에 애착을 가지고 기쁨을 느끼는데
만약 틈이 없다면,
그만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없어지게 된다.
힘들고 슬프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부정적인 감정일 뿐이다.
가치 판단이 배제된, 사람이라면 느끼는 감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생물학적인 전문적인 지식을 꺼내지 않더라도
완벽하게 주어진 글들을 기억하는 것 보다
자신의 생각을 곁들일 수 있는 여유있는 글이 더욱 기억에 잘 남는 것도
빈틈이 주는 장점을 반영해주는 사람의 모습이다.
고독이라는 말은 사람의 자유를 대변해주는 말이다.
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채우기에 급급해 애쓰는 내 모습에 정문일침이 되었으면 한다.
비울 줄 알고, 여지가 있으며, 그 속에도 기쁨이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좀 새겼으면 좋겠다.
+ 글을 쓰다보니 지쳐버렸다.
머리속으로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것을 잘 엮어내질 못하겠다.
머리속에 펼쳐지는 여러 도약들을 잘 엮어나가는
이어령 할아버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